추천도서

[청년의사] 긍정의 배신

  • Ehrenreich, Barbara,, 1941-.
  • 부키
  • 2011
[청년의사] 긍정의 배신

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

 

유방암 환자들은 이제 핑크리본과 곰 인형으로 상징되는 유방암문화로 대표된다. 이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조합은 바로 ‘무한긍정주의’의 산물이다. 
저자는 암이야말로 인생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게 해 준 선물이라는 투병자들의 수기, 불행하다고 느끼면 죄의식이라도 가져야 할 만큼 '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일상적 충고들을 들으며 이 긍정주의 이면에 있는 그림자를 감지했다.

 

긍정 이데올로기는 또한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낙천성이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개인의 책임을 가혹하게 강요하는 것이 긍정의 이면이다.
백수 신세인 청년들이나 구조 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회 보장의 미비함에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신의 긍정성 부족을 탓하고 동기 유발에 더욱 매진하게 만든다면, 이러한 긍정주의는 경쟁과 구조 조정이 일상화되고 시장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원하는 최적의 이데올로기가 아닐 수 없다.

긍정주의를 가장 환영한 곳은 무엇보다 기업계였다. 1980년대 이후 기업들이 다운사이징 국면에 돌입하자, 긍정주의와 짝을 이룬 동기 유발 산업은 한편에서는 직원을 통제하는 고삐로, 다른 한편에서는 해고 노동자의 불만을 다독이고 남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수단으로 더욱 영향력이 강화되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다운사이징 여파로 미국에서 약 3000만 명의 전업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사이 동기 유발 산업은 급격히 번창했다.

유방암 경험에서 시작해 시중에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의 메시지, 초대형 교회의 모순적인 설교, 동기 유발 강사들과 기업들의 커넥션, 그리고 세계를 재난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차근차근 더듬어 가며 '긍정주의'의 실체를 우리에게 전하는 저자의 시각은 날카로우면서도 시종 유쾌하고 재치 있다.

에런라이크는 이 책에서 미소와 웃음, 포옹, 행복, 그리고 즐거움을 더 많이 보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라는 대중적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좋은 일자리와 의료 서비스처럼 사회적 안전망이 더 탄탄하고 파티와 축제, 길거리에서 춤을 출 기회가 더 많은 곳이 내가 그리는 유토피아다.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가 충족된다면(이는 내 유토피아의 전제다), 삶은 영원한 축하 무대가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이 무대 위에서 재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희망하는 것만으로 그런 축복받은 상태에 이를 수는 없다. 우리는 스스로 초래했거나 자연 세계에 놓여 있는 무시무시한 장애물과 싸우기 위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저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면만 보고,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긍정주의의 메시지가 불편한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저마다 자신의 쳇바퀴에만 열중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매트릭스로 작용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출처: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