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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결괴

  • 평야계일랑, (平野啓一郞),, 1975-
  • 문학동네
  • 201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결괴

결괴 :히라노 게이치로 장편소설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

 

'결괴'란 댐이나 제방 등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가 결국 한계를 넘어 한꺼번에 무너지는 현상을 뜻한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소설 『결괴』에서 펼쳐 보이는 세계도 바로 그렇다. 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은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 폭주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결괴』에서는 토막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플롯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작가의 의도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 끄집어내는데 있지 않다. 작가의 관심은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쩌면 불운한 두 형제, 즉 지방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회사원 사와노 료스케도 아니고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엘리트 공무원인 다카시도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분명하고 명확하게 변별해내기 어려운 이 시대이며, 그것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토막 난 채 전국에 흩뿌려진 한 남자의 파편화된 육체들로 상징화되어 있다.
1999년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인 『일식』으로 '마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히라노 게이치로는 등단 십 년 만의 이 작품에서 사람은 왜 사람을 죽이는가, 사람은 사람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가 등의 근본적인 문제에 깊이 천착하여 집요하도록 찬찬히 파헤쳐 나간다. 『결괴』는 『일식』, 『달』, 『장송』의 로맨틱 3부작 이후 한동안 단편 창작에 집중했던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방점을 찍은 대작 장편소설이며, 특유의 현학적인 필치와 한층 짙어진 문제의식을 심도 있게 파헤쳐간 수작이다. 문학은 예기치 못한 비극과 절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그림자를 비춘다. 인간은 절망으로 어떻게 부서지는가? 안간힘을 다해 어떻게 맞서는가? 그리고, 그럼에도 끝끝내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이 훌륭한 소설이 우리에게 두고두고 곱씹게 하는 숙제이다.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