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2018 시사인 올해의 책] 당신이 옳다
정신과 전문의라는 말보다 ‘치유자’로 불리길 원하는 정혜신은 ‘나’의 정의부터 내리고 책을 시작한다. ‘나’ 혹은 ‘너’의 실체는 그가 느끼는 ‘감정’ 즉 마음 상태라는 거다. 양심이나 거룩한 이념 혹은 세계관이 아니고 말이다. 심지어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래서 나 스스로도 그 가치를 폄하했던 ‘나의 감정’이 곧 ‘진짜 나’라는 거다.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고 나니 그동안 석연치 않았던 말들이 머리를 쪼개듯 이해됐다. 우리가 살면서 상처와 오해를 주고받거나 그토록 상대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내 가치관이나 이념 따위가 아닌 내 마음, 내 감정이었던 거다.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속상한지 행복한지를 정확히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안 되어서 그렇게 상처를 주고받고 스스로를 괴롭혔던 거다.
‘죽고 싶다’는 말을 툭 뱉을 때 그게 당연한 거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럴 때 상대방에게 “그런 말 하면 못 써. 너만 힘든 게 아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정답’을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먼저 온전히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가 어떤 지옥을 겪었는지 궁금해하고, 그 마음을 들어줄 준비가 됐음을 먼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이 약물치료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나를 야단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진심으로 “아,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겠네” 하고 내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 된다고, 정혜신은 꾹꾹 힘주어 말한다(그렇다고 이 말에 자살자 유가족들이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 들어준다고 모든 우울증이 다 치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니까).
오지혜 (배우)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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